새벽에 낳은 계란이 낮이면 마트에…'초신선' 위한 분 단위 속도전

입력 2022-01-31 14:02   수정 2022-01-31 14:04

새벽 6시 30분. 경기 곤지암읍의 양계장 영일농장에서 계란 수거가 시작된다. 금이 가거나 모양이 이상한 계란을 골라내는 1차 선별과 초벌 세척을 거친 계란 200여판은 약 1시간 반 만에 1t짜리 전용 트럭에 실려 출발한다.


오전 8시 30분. 양계장서 멀지 않은 경기 광주영농조합에 트럭이 도착한다. 이곳에서는 ‘분 단위’ 속도전이 펼쳐진다. 컨베이어 벨트에 계란판이 곧장 실리면 장비가 계란을 한 알씩 집어 옮기고, 물로 세척한다. 컨베이어 벨트 곳곳에 위치한 직원들은 깨끗해진 계란의 상태를 다시 점검하는 2차 선별, 10구짜리 플라스틱 계란판에 계란을 나눠담고 ‘오늘계란’ 문구가 쓰인 롯데마트 포장지를 씌우는 분류 및 포장 작업을 한다. 이 모든 과정에 걸리는 시간은 30분 이내다. 오전 9시에는 무조건 달걀을 실은 트럭이 롯데마트 물류센터로 출발한다.


오전 10시~10시30분. 경기 오산의 롯데마트 물류센터에 오늘계란이 입고된다. 냉장식품계란은 수도권 등 80여개 점포로 보내질 상자에 나뉘어 담긴다. 오산 물류센터는 수도권을 포함해 전국 마트 점포에 하루 1~3차례 상품들을 배송한다. 오늘계란은 이중 2번째인 오후 12시30분 배송차량을 타게 된다. 전국 마트로 흩어진 오늘계란들은 당일 오후 1시~4시 각 점포 도착해 진열된다. 양계장에서 수거한 지 빠르면 7시간 만에 그날 낳은 계란을 먹을 수 있다.

롯데마트의 오늘계란 실험은 신선식품을 보는 눈이 높아진 소비자들을 겨냥한 차별화 전략이다. 오늘계란 가격은 일반 계란보다 소폭 높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주부, 제과업 종사자 등 신선함을 중요시하는 소비자들은 달걀이 진열되는 시간에 맞춰 기다렸다가 사 간다”며 “몇일날 방문해 10판을 사가겠다는 등 발주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계란은 국민 식품이다. 저렴한 가격에 단백질과 영양소를 제공한다. 신선식품 중에서도 가장 많은 소비자가 가장 자주 산다. 대형마트에서는 물과 라면, 우유와 함께 생필품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신선한 식품은 아니었다. 계란의 유통기한은 20일이다. 고기는 색깔, 생선은 눈을 보고 신선도를 판별할 수 있지만 계란은 깨뜨리기 전까지 얼마나 신선한지 알 수 없다. 산란일자를 표기하는 난각표시가 도입된 것도 2010년이다. 그래서 영농조합 등 중간 도매 단계에서 7~10일씩 계란이 보관되는 일이 잦았다. 한 번에 많은 양을 모았다가 보내 운반비용을 아낀 것이다.


롯데마트의 오늘계란은 유통과정을 통틀어 보관시간이 총 1시간가량이다. 당일 다 팔리지 않는 오늘계란은 무조건 폐기한다. 수익성만 생각해서는 할 수 없는 시도다. 인력과 돈도 투자했다. 광주영농조합은 롯데와의 계약 후 양계장을 오갈 1t 전용트럭을 마련했다. 컨베이어 벨트에서 당일계란 분류작업을 하는 직원 수는 일반 계란의 2~3배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온라인은 따라올 수 없는 신선함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로, 계란 말고도 ‘도축 3일’ 돼지고기와 새벽에 딴 딸기 등 초신선 품목을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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